ADHD 아이와 살아가는 하루
– 루틴 만들기의 중요성과 진짜 엄마의 이야기
ADHD 아이를 키우다 보면 ‘루틴’이라는 말이 참 많이 들리죠.
그런데 막상 루틴을 만들고 유지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아이에게 도움이 될 걸 알면서도
엄마의 에너지가 바닥날 때도 많고,
똑같은 실수를 매일 반복하는 아이를 보며
좌절하는 날도 많아요.
저 역시 그런 엄마 중 한 명이었고,
지금도 완벽하진 않지만
루틴이 주는 힘을 매일 실감하며 아이와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어요.
오늘은 ADHD 아이에게 왜 루틴이 중요한지,
그리고 실생활에서 어떻게 루틴을 만들고 유지해나가는지
제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볼게요.
ADHD 아이에게 왜 루틴이 필요할까요?
ADHD 아이는 뇌의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이 미숙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말은 곧, 계획을 세우고, 시작하고, 유지하고, 마무리하는 능력이
다소 약하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보기엔 아주 간단한 일 —
예를 들어 가방을 챙기거나, 양치 후 수건을 정리하는 일도
아이에게는 큰 도전이 될 수 있어요.
이때 루틴이 하나의 ‘레일’ 역할을 해줘요.
아이 스스로 판단하지 않아도 되는 반복적인 패턴이
혼란을 줄이고, 불안감을 줄여주며
조금씩 자기조절 능력을 키워주는 기반이 되어줍니다.
우리가 만든 하루 루틴, 이런 모습이에요
🌞 아침 루틴
- 일어나기 (시계에 타이머 설정)
- 세수 → 양치 → 옷 갈아입기 (그림 순서표 붙여놓기)
- 간단한 아침 식사
- 가방 체크리스트 보고 스스로 준비하기
👉 포인트
- 시각적인 도움: 그림이나 체크리스트를 활용
- 시간제한이 아닌 '순서' 중심
- 끝낼 때마다 칭찬보다는 "어떻게 했는지"를 질문하며 스스로 말하게 하기
🏫 하원 후 루틴
- 간식 먹기
- 자유 놀이 30분
- 정해진 자리에서 숙제 (타이머로 10분씩 나눠 집중)
- 끝나면 스스로 확인표 체크
- 저녁 식사 전, 자유시간
👉 포인트
- 공부보다 ‘정해진 시간에 앉아보기’ 훈련
- 숙제도 ‘완벽하게’보다 ‘앉아서 해보는 것’이 목표
- 실패해도 다시 ‘내일 하면 돼’라는 말로 마무리
🌙 자기 전 루틴
- 샤워하기
- 내일 입을 옷, 물건 준비
- 책 1권 읽기
- 간단한 대화 → 소등
👉 포인트
- 잠들기 전 ‘예측 가능한 흐름’을 만드는 것
- 질문 예시: “오늘 가장 재미있었던 일은 뭐였어?”
- 아이가 ‘자기 삶의 주인’이란 감각을 느끼도록 도와주기
중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라 ‘반복’이에요
사실 이 루틴도
처음부터 이렇게 된 건 아니에요.
중간에 저도 몇 번이나 무너졌고,
아이도 “하기 싫어!”를 외치며 엉엉 울던 날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보다 제가 먼저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하루가 안 되면 이틀,
이틀이 안 되면 일주일 단위로 다시.
그리고 아이가 뭔가 하나라도 해냈을 때
“그래, 너는 루틴 속에서 자라는 중이야”라는 걸
아이 눈을 바라보며 말해주었어요.
마무리하며
ADHD 아이에게 루틴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작은 안전장치예요.
이 작은 장치들을 하나씩 심어주는 게
부모의 사랑이자, 가장 강력한 지원이라고 생각해요.
혹시 지금 루틴이 잘 안 되고 있다고 좌절 중이라면
그건 당연한 거예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계세요.
오늘도 루틴을 시도한 당신은, 이미 충분히 좋은 부모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ADHD 아이의 감정 조절과 충동 조절을 도와주는 엄마의 대화법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