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능 ADHD 아이의 숨겨진 모습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종종 이런 말을 하게 됩니다.
“얘는 머리는 좋은데 왜 이렇게 산만하지?”
“이걸 못 해서 그런 게 아니라,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것 같아요.”
“수학은 엄청 빠른데, 준비물은 맨날 까먹어요.”
이럴 때 우리는 아이의 태도나 성격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 뒤에 고지능 ADHD라는 특성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부모님들께 아직 낯설게 느껴집니다.
고지능인데 왜 산만할까?
일반적으로 ‘지능이 높다’고 하면 모든 면에서 똑부러지고, 집중도 잘하며, 실수도 적은 아이를 떠올리게 되죠.
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고지능 아이들 중 일부는 주의력 문제, 실행 기능의 어려움, 감정 조절 문제를 함께 겪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관련이 있을 수 있어요.
고지능과 ADHD가 공존할 수 있다는 개념은 비교적 최근에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이런 아이들은 흔히 **2E(Twice Exceptional)**라고 불립니다.
즉, 영재성과 학습 또는 행동상의 어려움이라는 두 가지 특성을 동시에 지닌 아이들이라는 뜻입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이유
이 아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뛰어난 능력으로 자신의 어려움을 가려낸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 수업 시간에 집중이 어렵지만, 선생님의 마지막 요약만으로 내용을 따라가고 시험도 잘 봅니다.
- 과제를 미뤄놓지만, 벼락치기로 높은 성적을 냅니다.
- 질문을 깊이 있게 하고 말로 설명도 잘하지만, 일상 과제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자주 잊어버립니다.
이처럼 겉으로 보기엔 괜찮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뇌 안에서 끊임없는 과부하와 자책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말합니다.
“내가 멍청한 건 아닌데, 왜 이렇게 안 되지?”
“엄마, 내 머릿속이 시끄러워.”
“하루에 생각이 100개는 넘게 떠올라. 그런데 손은 안 움직여.”
이 말들 뒤엔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의 마음이 숨어 있습니다.
이런 모습이 보인다면
다음과 같은 행동이 반복된다면 고지능 ADHD 가능성을 한 번쯤 고려해볼 수 있어요.
- 좋아하는 것엔 과몰입, 싫어하는 것엔 완전 무관심
- 규칙이나 반복적인 과제에 쉽게 싫증
- 지적 호기심이 크고 말은 유창한데, 과제 완성도가 낮음
- 자주 물건을 잃어버리고, 정리 정돈을 어려워함
- 시간 개념이 약하고, 계획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움
- 말은 조리 있게 하지만, 글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
- 친구와의 관계에서 쉽게 오해하거나 감정이 격해짐
- 자존감이 낮고, 스스로를 자주 비난함 (“나는 맨날 이래”, “난 진짜 이상해”)
이런 특성은 단순히 훈육이나 의지의 문제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는 자기가 왜 이런지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한 채 좌절을 반복하게 됩니다.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
- 비교를 멈추고 아이 자체를 바라보기
다른 아이보다 못하거나, 기대에 못 미친다고 느껴질 때
아이가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도록 부모의 언어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너는 왜 이것도 못해?” 대신 “네가 힘들었겠다”라는 말이 훨씬 큰 지지를 줍니다. - 정밀한 평가 받기
단순히 ‘영재 검사’가 아니라, **지능검사(WISC)**와 주의력 검사(CPT, IVA 등),
그리고 실행기능 및 정서 평가가 포함된 정밀심리평가를 통해 아이의 뇌 발달 특성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 학습 환경 조정하기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내기보다, 아이가 몰입할 수 있도록 ‘방법의 다양성’을 허용해보세요.
예를 들어 시각자료, 자유 주제 선택, 짧은 과제 단위 설정 등이 도움이 됩니다. - 자기조절 훈련
고지능 ADHD 아이일수록 “하고 싶은 건 깊이 하고, 하고 싶지 않은 건 버티기”가 심하기 때문에
인지행동치료, 놀이치료 등을 통해 감정 조절, 시간 감각, 과제 계획 등 실행기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 부모 스스로도 공부하고, 여유 갖기
아이를 이해하려면 부모도 ADHD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동시에, 아이의 행동을 ‘실패’로 해석하지 않고 ‘과정’으로 보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아이는 다르게 배웁니다, 하지만 틀린 건 아닙니다
고지능 ADHD 아이는 전통적인 교육 시스템 안에서 ‘이상한 아이’로 비춰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는 중입니다.
그 다름을 이해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아이는 훨씬 더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산만함 속에는 때로 천재성이 숨어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것을 ‘문제’로만 보지 않고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시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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