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지나며 배운 것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했고, 아이들을 키우는 일상이 내 모든 에너지를 다 쓸어가 버리는 듯했어요.
무기력함이 쌓이고, 잠을 자도 피로는 풀리지 않고, 먹는 걸로 위안을 삼다 보니 어느새 15kg이 늘었더라고요.
거울 속 내 얼굴이 낯설게 느껴졌고,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예민하게 반응하며 상처 주는 말을 내뱉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아이들에게 짜증을 자주 냈던 내 모습이었어요.
작은 실수에도 목소리를 높이고, 통제되지 않는 감정에 휘둘려 혼내는 일이 반복됐죠.
“나는 왜 이렇게 여유가 없지?”, “왜 이렇게 힘들지?”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스쳤지만, 정작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일은 미뤄뒀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소중했던 인간관계마저 서서히 멀어지는 걸 느꼈어요.
예전 같으면 마음 나눌 수 있었던 사람들에게도 내가 먼저 벽을 쌓고 있더라고요.
결국 그 모든 것들이 **‘내가 너무 지쳐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제서야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를 돌보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나는 왜 이렇게까지 무너졌을까.
왜 아무도, 아니, 왜 나조차 나의 힘듦을 몰랐을까.
돌봄의 방향을 바꾸는 연습
처음에는 거창한 변화보다는, 아주 소소한 것부터 시작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 잔을 마시고, 10분이라도 걸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이고, 잠시라도 바깥 공기를 마시다 보니 마음도 조금씩 틔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애들 챙기기도 바쁜데 내가 운동할 시간이 어딨어”라며 스스로를 뒷전으로 밀어냈다면, 지금은 반대로 생각합니다.
내가 건강하고 안정적이어야 아이들에게도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그래서 지금은 일주일에 몇 번이라도 운동을 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골라 먹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완벽하진 않아도, 나를 챙기려는 마음 자체가 나를 살리는 일이라는 걸 배우는 중이에요.
내가 나를 먼저 안아주는 일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오랫동안 누군가의 엄마, 아내, 딸, 친구로 살았지, 그저 ‘나’로서 살아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 공허함은 자주 분노로 변했고, 결국 내 사람들을 아프게 했죠.
하지만 지금은 압니다.
내가 먼저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나를 챙기려는 시도들이 쌓였을 때, 삶이 조금씩 괜찮아질 수 있다는 걸.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지금 버티느라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 수 있어요.
그럴 땐 꼭 한 번은 나 자신에게 물어봐 주세요.
“나는 요즘, 나를 얼마나 챙기고 있을까?”
그 질문 하나가 내 삶을 바꿨고, 당신의 삶도 바꿀 수 있을 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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